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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싶은 것들

2021.04.01-2021.04.24

Information

<전시소개>

 

  2021년 4월 1일은 우리나라 민족 서화가들의 최초의 근대미술단체인 서화협회의 전시가 중앙중학교 강당에서 열린 지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저희 예화랑은 일제강점기란 어려운 시대 속에서 글씨와 회화를 공부하고 이를 후대에 계승하고자 했던 이들의 열정을 기억하고자 이번 전시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1918년 창립된 서화협회 발기인들이신 심전 안중식, 소림 조석진, 청운 강진희, 위창 오세창, 해강 김규진, 우향 정대유, 소호 김응원, 관재 이도영 등의 작품들과 서화협회에서 그림을 배운 이당 김은호, 소정 변관식, 정재 최우석, 수재 이한복 등의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1921년 서화협회전에서는 조선시대 작가들의 작품들과 당대의 작품을 동시에 전시하여, 화단의 스승에 대한 예우와 명화를 통하여 후세에 좋은 작가가 나오기를 바랐습니다. 100년이 지난 오늘날 저희 예화랑도 이러한 선인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그들의 작품을 전시 하고, 현재 활동 하고 계신 이상현 작가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1921년 참으로 어려운 시기에 전시를 열었던 서화협회인들의 예술에 대한 사랑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근대를 향한 서화계의 첫 걸음, 서화협회와 서화협전

 

김소연(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

 

  최초의 근대적 미술 단체 서화협회는 동서 미술의 연구, 향학 후진의 교육을 목표 삼아 1918년 발족했다. 안중식, 조석진, 강진희, 정대유, 김응원, 현채, 오세창, 김규진, 강필주, 김돈희, 정학수, 이도영, 고희동의 열 세명 서화가들이 협회를 발기하고, 휘호회를 통해 협회의 결성을 알렸으나, 정식 전람회가 개최된 것은 1921년 4월 1일에 이르러서였다. 3·1운동의 여파와 협회장 안중식, 조석진의 연달은 타계로 협회 활동을 본격적으로 이어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화협전은 공공을 대상으로 개최된 근대적 전시회로써 조선총독부 주최의 관전(官展) 조선미전보다 1년이나 앞선 참신한 시도였다. 중앙고등보통학교에서 열린 제 1회전에는 총 100여점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안평대군, 정선, 김정희의 작품을 특별전시하여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취지를 드러냈으며, 서화협회 회원 및 심사를 거친 비회원의 입선작을 전시했다. 동양화 출품작이 60여점에 달하여 전시작품의 대다수를 차지했고, 삼일 동안 무려 2,300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다.

서화협전이 근대 미술가들의 주요 활동무대로 기능한 가운데, 특별히 1923년의 제 3회전은 이상범의 <해진 뒤>, 변관식의 <어느 골목>과 같은 동연사(同硏社)의 첫 결과물이 발표된 뜻깊은 전시로 기억될 만하다. 훗날 한국화단을 견인하게 될 당대의 신진화가들이 전통화의 개량을 꿈꾸었던 패기 넘치는 시도가 바로 이 전시회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서화협회는 매 해 전시를 꾸준히 이어갔지만, 1936년 15회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맺게 된다. 조선미전과의 차별화를 시도하였으나 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도록이 발간되지 않아 출품작의 면면을 상세히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오랜 시간을 거쳐 미술인들의 결속체였던 서화협회 서화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확히 백 년 전 그 시간으로 돌아가 서화협전의 의의를 되새기는 것은 물론, 도판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작품들이 공개되는 반가움도 더해진다. 1921년의 첫 전시회에 대해 언론은 만자천홍(萬紫千紅), 즉 온갖 빛깔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광경이라는 감상을 전한 바 있다. 오늘의 이 전시도 빛나고 아름다운 서화계의 교유와 역동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상현, 조선의 봄, Digital C-Print, 110x172cm, 2008

조선의 봄

  1906년 주일 독일대사관 무관인 헤르만 산더(Herman Sander)는 베를린 육군참모본부의 명령으로 러일전쟁의 격전지를 조사하기 위해 조선과 만주지방을 답사한다. 시절은 북방 조선 땅에 겨울이 다가오는 11월, 헤르만 산더는 함경도 길주를 지나면서 산골장터 사진을 한 장 남겼다. 나는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1906년의 조선에 분홍색 복사꽃을 심었다. 내 작업에서 복사꽃은 세종조 1447년 음력 4월 29일 안평대군의 꿈을 그린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시작된다. “정유년 음력 스무 아흐레 날 밤, 잠자리에 누우니 정신이 아른 하여 깊은 잠에 빠져 들자 곧 꿈을 꾸었다. 박팽년과 함께 어느 산에 이르니 뾰족뾰족한 산봉우리가 솟아나고 곳곳에 깊은 골자기가 있어 아름다웠다. 복숭아나무 수십 그루가 있었는데,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고 그 옆으로 시냇물이 흘러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산에 사는 듯한 노인이 이르길 ‘이 물길을 따라 북쪽으로 휘어져 골짜기로 들어가면 도원이외다’. 해서 박팽년과 함께 골짜기로 들어갔다. 도원(桃園)은 도가적 이상세계로 성리학적 질서의 조선에서는 원천적 불가능의 세계였으니,... 대군의 꿈은 다가오는 계유정란에 휘말리는 대군의 운명이 투사 된 것이리라. 1906년의 조선정세... 그리고 오늘... 무엇이 얼마나 변했을까? ‘매화꽃 졌다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복사꽃 한창이란 대답을 보내었오. 둘이 다 봄이란 말은 차마 쓰기 어려워서...’ 조선의 봄을 만들면서 읊조렸던 구절이다. 1906년 빼앗긴 조선의 봄, 백년의 시간이 흐른 2021년 3월, 꽃이 피고 봄은 오고 있다. <이상현>

Date : Apr. 1st (Thu), 2021 -  Apr. 24th (Sat), 2021

Opening Reception:  Apr. 1st (Thu) 15:00~ 20:00 

Venue : GALLERY YEH l 73 Garosu-gil, Gangnam-gu, Seoul, Korea

 

​전시기간 : 2021. 4. 1(토) ~ 2021.04. 24 (토) 

​오프닝 행사 : 2021. 4. 1(木) 오후 5시 ~ 오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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